철이 달이

박달중학교 편지함

선생님들께 드리는 학교장 편지 · 한 주에 한 통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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혼자 피는 풍경은 없습니다2026년 8월 21일 금요일 · 여름
2026년 8월 21일 금요일 · 여름

혼자 피는 풍경은 없습니다

박달중학교 선생님들께 드리는 편지

개학 첫 주가 지나가고 있는 비가 내리는 오후입니다.

창밖으로 빗줄기를 보고 있으니 지난 수요일 아침이 떠오릅니다. 방학 동안 부쩍 자란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속도로 교문을 걸어 들어왔습니다. 뛰어 들어오는 아이가 있고, 고개를 숙인 채 들어오는 아이가 있고, 아직 개학이 실감 나지 않는 얼굴도 있었습니다. 그 얼굴들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한 주가 벌써 지났구나 싶습니다.

고백하자면 이번 여름방학은 다른 때와 달리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. 2학기를 잘 준비하는 것은 결국 여름방학입니다. 그리고 그 고민의 깊이만큼 우리가 살아갈 나날들이 단단해진다고 믿습니다.

방학 내내 저는 한 가지를 붙들고 있었습니다. 어떻게 하면 더 소통하고, 더 깊이 만나고, 서로 연결할 수 있을까. 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.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. 이 물음은 혼자 책상 앞에 앉아서는 풀리지 않는 물음이라는 것입니다. 계획은 혼자 세울 수 있지만, 학교는 혼자 세울 수 없습니다.

돌멩이로 끓인 수프

오래전 어느 마을에 배고픈 나그네 셋이 들어섰다고 합니다. 흉년이라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열어 주지 않았습니다. 나그네들은 마을 한복판에 솥을 걸고 물을 붓더니, 냇가에서 주워 온 돌멩이 세 개를 툭 넣었습니다. 그러고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. “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돌멩이 수프를 끓이는 중입니다.”

구경꾼이 모여들자 나그네가 국물을 맛보며 혼잣말을 합니다. “훌륭합니다. 양배추가 한 포기만 있으면 완벽할 텐데요.” 한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양배추를 가져옵니다. 잠시 뒤 또 한마디. “감자가 조금 있으면 왕이 드시던 맛이 날 텐데요.” 옆집 할아버지가 감자를 안고 달려옵니다. 당근이 오고, 보리가 오고, 마침내 고기 한 덩이까지 나왔습니다.

그날 밤 온 마을이 둘러앉아 배불리 먹었습니다. 사람들은 감탄했습니다. “세상에, 돌멩이로 이런 수프를 끓이다니.” 물론 그 수프를 끓인 것은 돌멩이가 아니었습니다. 각자 조금씩 내어놓은 양배추 한 포기와 감자 몇 알이었습니다.

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저는 웃다가, 끝에 가서는 조금 숙연해집니다. 나그네가 한 일이라고는 솥을 걸고 먼저 물을 부은 것뿐이었습니다. 그런데 그 빈 솥이 없었다면 양배추도, 감자도 끝내 각자의 부엌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.

오늘의 한마디

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습니다. 그러나 함께라면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. — 헬렌 켈러

오래 들어 온 말인데, 올여름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. 함께하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말이 아니라, 먼저 솥을 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.

9월 11일, 심장박동 축제

그리고 곧 심장박동 축제가 있습니다. 9월 11일입니다. 예전보다 두 달 정도 당겨진 일정입니다. 짧아진 시간 안에 그 많은 과정을 소화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쓰일 것입니다. 특히 담임 선생님들께는 그 어느 때보다 협력과 애씀이 필요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.

미리 말씀드리는 까닭은 각오를 당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. 이번 축제야말로 한 사람이 끓일 수 없는 솥이기 때문입니다. 아이들에게 남는 것은 무대의 화려한 장면이 아닙니다. 역할을 나누는 동안 생긴 갈등, 다시 맞추어 본 시간, 친구의 서툰 시도를 기다려 준 경험이 남습니다. 그 시간을 만드느라 가장 많이 닳는 분들이 담임 선생님입니다.

그러니 이번에는 혼자 짊어지지 마십시오. 힘들면 힘들다고 말씀해 주시고,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. 함께 들 수 있는 짐은 함께 들겠습니다.

이번 주 성찰

선생님은 어떠세요? 이번 한 주, 선생님은 누구의 풍경이 되어 주셨는지요. 그리고 나를 피어나게 해 준 사람은 그때 곁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.

이규철 드림
2026년 8월 21일 금요일 · 박달중학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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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이와 달이 그림 · 김소윤 학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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